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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정생의 똥 이야기

   권정생 작가는 강아지똥이라는 동화로 데뷔했다. 그는 강아지 똥》《사과나무밭 달님》《하느님의 눈물》《몽실언니》《점득이네》《밥데기 죽데기》《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한티재하늘》《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무명저고리와 엄마》《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깜둥바가지 아줌마등과 시집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수필집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 《우리들의 하느님등 다수의 책을 썼다. 그리고 그는 2007년 향년 6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은 것이니 거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유언을 남겼으며, 20093월 그의 유산과 인세를 기금으로 하여 남북한과 분쟁지역 어린이 등을 돕기 위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설립되었다.

권정생이 지은 꼬부랑 할머니를 보면 재미있는 똥 이야기가 나온다. 권정생 작가는 할머니 똥 이야기를 하며 아기들이 꼬부랑꼬부랑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기들이 꼬부랑 개가 되고, 꼬부랑 똥이 된다고 했다. 권 작가는 푸근한 고향골목길과 같은 똥 이야기를 통해서 꽃피고 새가 우는 꿈길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길을 가다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

꼬부랑 나무에 올라가, 꼬부랑 똥을 누니까

꼬부랑 개가 와서, 꼬부랑 똥을 주어 먹었지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로 꼬부랑 개를 때리니까

꼬부랑 깽깽, 꼬부랑 깽깽

할머니 똥 먹고 천 년 살까, 할머니 똥을 먹고 만 년 살까 그러더래

   아기들은 똥 이야기를 좋아한다. 외손주 예성이와 차를 함께 탔는데 방귀뿡뿡하면서 계속 좋아한다. 차량 네비게이션에서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습니다.’ 라는 소리를 듣고는 자에다 방귀라고 말 잇기를 하며 놀이를 하는 것이다. 네이게이션에서 과속방지턱~’ 소리만 나오면 차가 방귀를 뿡뿡 낍니다.” 하며 좋아라 한다. 내가 차가 방귀를 뿡뿡 낍니다.” 맞장구를 쳐 주었더니 죽어라 더 좋아한다. 외손녀인 지효가 아빠와 함께 식사 메뉴를 이야기하면서 돈가스를 골랐다. 지효아빠가 돈가스하니까 지효는 자라는 말을 똥으로 바꾸어 똥가스한다. 지효아빠가 돈가스하고 정정해 주니까 지효는 웃으며 똥가스 똥가스하며 웃어댄다.

지난주에 건강검진을 하고, 3일간 죽을 먹었다. 대장내시경을 할 때 대장 내에 용종을 발견하여 떼어냈는데, 수술 한 곳이 아물 때까지 죽을 먹으라는 의사의 말이 있었다. 3일간 죽을 먹으니 기운도 없어 힘이 많이 들었다. 주일날은 설교하기 전에 등이 휘어지듯 아파서 딸 유준이가 마사지를 해주기도 했다.

   권정생 작가의 똥 이야기도 했고, 아기들 똥 이야기도 했으니 이제는 내 똥 이야기를 해도 순화가 될 듯싶다.

3일 동안 죽만 먹으니 똥이 나오지를 않는다. 먹은 것이 다 소화가 되었는가 보다. 대장 내시경을 할 때에 대장을 말끔히 청소를 했으니 대장은 한동안 깨끗하게 비어 있어 쉬고 있다. 소화제와 지혈약을 다 먹고, 월요일 아침에는 진밥을 먹었다. 한참 후에 배가 부룩부룩하여 화장실을 갔다. 이제 대장이 역할을 할 시간이다. 장을 슥슥문지르며 수고 한다라고 말을 하니 뒤로 무언가 나오는 것 같다. 배가 편하며 나온 똥이 궁금했다. 실하지는 않지만 노란 똥이 보인다. 그런데 더럽게 보이지 않고, 맨 처음 아기들이 눈 똥처럼 신기하기만 하다. 수 십 년간을 청소도 하지 않고, 계속 사용했던 대장을 말끔히 치우고 새로 태어난 대장이 이렇게 아기 같은 노란 똥을 내보내니 고맙기 그지없다.

   우리는 속을 잘 모른다. 내 속을 모르고 평생을 사는 이도 있다. 그런데 건강검진을 하며 내시경을 통해 속을 들여다 보고, 또 그 속을 말끔히 청소하는 것은 신기하다. 이번에 대장 속을 깨끗이 청소하면서 재활용되고, 아기처럼 새로 태어난 느낌이다. 기계도 새로 부속품을 갈면 또 다시 새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삶도 이렇게 새롭게 고쳐 쓰는 마음을 갖는 것은 어떨까? 방귀뿡뿡! 똥가스! 강아지똥, 꼬부랑할머니똥! 목사님똥! 참 재미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