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세사 만물과 동식물을 지으실 때 잿빛 털을 가진 조그만 새 한마리를 만드시고 분홍가슴새라고 이름을 붙여 주셨다. 분홍가슴새 옆에는 붉은 색 깃털을 가지고 금가루를 바른 꿩이 있었다. 그 옆에는 푹신한 빨간 목도리를 두른 앵무새가 보였다. 새빨간 깃과 금빛나는 닭도 있었다. 자신의 깃털을 보며 이 새가 하나님께 물었다.
저는 온통 잿빛 털을 갖고 있는데 왜 분홍가슴새라고 이름을 붙여 주셨죠? 하나님이 대답하셨다. 네가 참 사랑을 베풀 수 있을 때, 그 이름에 합당한 깃털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렀다. 분홍가슴새이 둥지 근처 언덕에 십자가가 세워지고 그곳에 어떤 사람이 매달렸다. 멀리서 지켜보던 분홍가슴새는 그 사람이 불쌍하게 여겨져서 그 사람에게로 날아갔다. 그 사람이 이마에 가시관이 씌워져 있는데, 그 가시마다 검붉은 피가 솟아나고 있었다. 이 새는 조그만 부리로 그 가엾은 사람의 이마에서 가시를 하나하나 뽑아내기 시작했다. 가시가 뽑힐 때마다 피가 솟아 이 작은 새는 온통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 새는 지칠 때까지 가시들을 뽑다가 자기 둥지로 돌아갔다. 그 사람이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 몸에 묻은 피가 도무지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목덜미와 가슴에는 핏자국이 남게 되었는데 더욱 이상한 것은 그 새가 낳은 새끼들마다 모두 목덜미와 가슴에 선명한 분홍색을 가진 채 태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