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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자는 약속 다시 만나자는 약속 2020년이 시작되고 세상은 조금씩 달라졌다.사람들이 만나지 못하기 시작했다.교회에서도 거리를 두었고, 사람들은 전화와 문자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화면 속 얼굴을 바라보며 예배를 드리는 날도 많아졌다.어떤 날은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나 커피 한 잔을 마셨는데, 테이블 사이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눈에 보였다.나는 그 거리를 바라보다가 생각했다.사람은 가까이 있어야 가까운 것이 아니었다.멀리 있어도 생각하면 가까운 사람이 있었고,곁에 있어도 마음이 멀어진 사람이 있었다.그럴수록 나는 더 자주 전화를 걸었다.“잘 지내세요?”“네. 목사님은요?”“저야 잘 지내지요. 건강은 어떠세요?”“괜찮아요.”짧은 대화였다.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면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그 사..
함께 먹는다는 것 함께 먹는다는 것 사람을 만나면 밥을 먹게 된다.밥을 먹다 보면 이야기가 나오고,이야기하다 보면 지나간 시간이 나온다.어느 날에는 가족들과 식당에 앉아 대게를 먹었다.누군가가 계산하겠다고 했고, 누군가는 커피를 사겠다고 했다.“오늘은 내가 낼게.”“아니에요. 지난번에 당신이 냈잖아요.”“그럼 커피는 내가 살게.”별것 아닌 말들이 오갔다.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웃었다.사람이 가까워진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몰랐다.돈을 얼마나 썼는지가 아니라,누가 먼저 계산하려고 했는지,누가 누구의 잔을 채워주었는지,누가 남은 음식을 챙겨주었는지.마음은 그렇게 작은 행동으로 모습을 드러냈다.어느 저녁에는 유준이네 가족이 집에 왔다.아내는 저녁상을 차렸다.나는 고기를 구웠다.지글지글 고기 익는 소리가 났다.아이들이..
일곱해의 시간 일곱 해의 시간 그러던 어느 봄날이었다.교회에서 한 아이의 세례를 지켜보게 되었다.아이의 이름은 찬기라고 했다.처음 만났을 때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작은 몸으로 교회에 와서 사람들 사이를 뛰어다니던 아이였다.그런 아이가 어느새 중학생이 되어 있었다.나는 아이를 바라보았다.‘언제 이렇게 컸지?’아이의 어머니가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예배가 시작되고 세례식 순서가 되었다.아이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있었다.나는 문득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처음 그 아이를 보았던 날.학교 이야기를 듣던 날.웃으며 뛰어다니던 모습.그동안 수없이 스쳐 지나간 여러 날들.일곱 해.일곱 해라는 시간이 한 아이의 얼굴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다.나는 그 순간 알았다.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을 한 번 보는 것이 아니었다.그 사람의..
전화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전화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언제나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어떤 사람은 만나고 돌아오면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어떤 사람은 전화 한 통만 받아도 아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무슨 일 있어요?”내가 물으면 아내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그 사람은 또 오랫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마음속에 쌓인 것을 아내에게 쏟아냈을 것이다.아내도 처음에는 잘 들어주었다.하지만 사람에게는 한계가 있다.나이가 들고 몸이 지치면 다른 사람의 무게까지 받아주는 일이 쉽지 않다.나는 아내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잘못한 건 없어.”아내는 아무 말이 없었다.나는 한참 생각하다가 덧붙였다.“사람은 다 완벽할 수 없잖아..
가족의 얼굴 가족의 얼굴 가족들이 집에 모이는 날이면 아내는 아침부터 부산했다.딸들이 온다는 말만 들으면 아내는 먹을 것을 준비했다.“몇 시에 온대?”“점심때쯤.”“그럼 이것도 해야겠네.”“뭐가 그렇게 많아요?”“애들이 오는데 밥만 먹일 수 있어?”나는 웃으며 장을 보러 나갔다.오후가 되자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왔다.문이 열리고 목소리가 들렸다.“할아버지!”그 한마디에 집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아이들이 신발을 벗어놓고 뛰어 들어왔다.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세배하고, 장난을 치고, 웃었다.한참 놀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현관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잘 가.”“할아버지, 다음에 또 올게.”“그래.”차가 멀어질 때까지 나는 현관 앞에 서 있었다.사람이 떠나고 나면 집은 금세 조용해진다.조금 전까지 가득했던 ..
노인대학의 질문 노인대학의 질문 노인대학 수업이 끝난 뒤 한 어르신이 나를 불렀다.“목사님.”“네.”“오늘 책에서 말한 게 무슨 뜻이에요?”나는 다시 설명하려다가 멈췄다.“어르신은 어떻게 생각하셨어요?”“나는 …… 사람이 늙어도 마음은 젊을 수 있다는 이야기 같았어요.”“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어르신이 잠시 웃었다.“오늘 아침에 거울을 봤거든. 얼굴은 늙었는데 마음은 아직도 할 일이 많더라고.”나는 웃었다.“그럼 오늘 공부 잘하신 겁니다.”“왜요?”“책에서 한 문장 얻는 것보다 자기 삶에서 한 문장을 발견하는 게 더 어렵거든요.”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음 주에도 나와야겠네.”“제가 오지 말라고 해도 오실 거잖아요.”“그렇지.”둘이 웃었다. 사람들의 얼굴 노인대학이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했다.강사에..
1부 사람을 만나는 계절 목련이 피던 아침 새벽에는 아직 어둠이 남아 있었다.오늘은 아내가 문 권사님을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는지, 아내는 버스와 전철을 타고 가겠다고 했다. 나는 아내를 송내역 앞에 내려주면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가겠다는 말을 듣고, 아침 아홉 시에 차를 몰아 아내를 송내역에 내려주었다.아내가 차에서 내렸다.“조심히 다녀와.”나는 아내를 내려주고 사무실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겨울이 지나간 거리와 봄을 기다리는 나무들이 번갈아 지나갔다. 사람들은 출근을 서둘렀고, 버스 정류장에는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사무실에 도착하니 창문 앞 목련이 눈에 들어왔다.목련이 피어 있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봉오리였던 꽃이 오늘은 하얗게 피어 있었다.하얀 꽃들이 가지 끝마다 조용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 https://blog.naver.com/pkj9925/224192895939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말라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 나태주 위로의 말이다. 젊을 때는 잘해야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나이가 들면...blo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