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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태주 시인

나태주시인 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이은영 시인으로부터이다. 이은영 시인은 작년 201411월에 큰사랑도서관 제1회 가을이야기 축제에 초대하였는데 이 시인은 수화를 통한 시어를 발표하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라는 나태주 시인의 시구를 알려주었다. . . 주 라는 시인의 이름을 강조하면서 나를 태워 주라는 이름 장난도 해서 나태주 시인의 이름을 머릿속에 간직하게 되었다. 미추홀 도서관 순회문고를 통해서 책을 빌렸는데 그 책 가운데에 나태주 시집이 있어 뽑아 읽게 되었다. 시집을 읽는 하루 종일 행복하다라고 느꼈다.

<새 사람> 그럼요/ 날마다 새날이고/ 봄마다 새봄이구요/ 사람마다 새사람/ 그 중에서도 당신은/ 새 봄에 새로 그리운/ 사람 중에서도 첫 번째/ 새 사람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겨울 아침 골목길/ 중풍 걸려 나와 걷기 연습하는 늙은 남자를 본다/ 낡은 유모차에 의지하여 비척비척 가고 있는/ 늙은 여자를 또 본다/ , 이렇게 찬바람 마시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오늘도 아침에는 따슨 밥을 먹고 맑은 물 마신 게/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가!/ 더구나 내 눈으로 하늘을 우러르고/ 구름을 바라 볼 수 있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지금도 병실에 갇혀 창밖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나는 105일 동안이나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주사만으로 버텨본 일이 있는 사람이다/

<노인> 남자로 왔는데/ 남자를 모두 잃어버리고/ 여자로 왔지만/ 여자를 모두 벗어버리고/ 다만 두 손 모두고 앉아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신간시집> 사람이 죽으면 물건도 따라서 죽는다/ 외할머니 말씀이다/ 나누어 줄 물건 있으면 살았을 때/ 아낌없이 나누어 주어라/ 법정 스님 말씀이다/ 시인이 죽으면 팔리던 책도/ 덩달아 팔리지 않는다/ 어느 출판사 사장의 말이다/ 봄이 와 뽀쪽뾰족 싹이 트고/ 무더기 무더기 저희들끼리 모여서/ 꽃을 피우는 양지꽃 봄맞이 별꽃/ 지구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는/ 고운 시인들이 피워 올리는/ 또 하나의 신간 시집들

<쓸쓸한 봄> 봄은 잔치/ 올해도 봄은 꽃으로 산록으로/ 잔칫상을 벌여 놓고 사람들을 청하지만/ 성한 사람은 바빠서 가지 못하고/ 앓는 사람은 아파서 가지 못한다/ 혼자서 잔칫상을 차렸다가/ 두런두런 잔칫상을 거두는 봄/ 이래저래 안타까운 노릇이다

<응답> 그 애를 앞으로도 더욱/ 깨끗한 마음으로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기도하고 눈을 떳을 때/ 산마루에 높이 걸린 구름이/ 모양을 바꾸고 있었다/ 하나님이 나의 기도를 들어 주신 것이다.

<함부로 주지 말아라>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아무 것에나 함부로 맡기지 말아라/ 술한테 주고 잡담한테 주고 놀이한테/ 너무 많은 자기를 주지 않았나 돌아다 보아라/ 가장 나쁜 것은 슬픔한테 절망한테/ 자기를 맡기는 일이고/ 더욱 좋지 않은 것은/ 남을 미워하는 마음에/ 자기를 던져 버리는 일이다/ 그야말로 그것은 끝장이다/ 그런 마음들을 거두어들여/ 기쁨에게 주고 아름다움에게 주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마음에게 주라/ 대번에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세상은 젊어지다 못해 어려질 것이고/ 싱싱해질 것이고 반짝이기 시작할 것이다/ 자기를 함부로 아무것에나 주지 말아라/ 중략/ 가장 아깝고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러므로 보다 많은 시간을 자기 자신한테/ 주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것이 날마다 가장 중요한/ 삶의 명제요 실천 강령이다.

<인생을 묻는 소년에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는 방향이다/ 방향이 잘못되고 속도만 빠를 때/ 그것은 오직 실패로 가는 빠른 길이다/ 일단 방향을 제대로 정하고/ 천천히 뚜벅뚜벅 소걸음으로 걸어서/ 나아갈 일이다/ 마음속에 굳은 신념을 지니고/ 천천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일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그대가 원하는 그대의 모습이/ 웃는 얼굴로 그대를 맞아줄 것이다/ 중략/ 제대로 된 방향을 믿고/ 천천히 네 앞길을 열라/ 안개 자욱한 들판이/ 조금씩 밝아옴을 그대는 볼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어가 정갈하고 순수하다. 시를 읽으며 책 표지에 인쇄된 시인의 사진을 번갈아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시가 이처럼 대화처럼 재미있었던가! 나이가 들면서 긴 글보다는 짧고 간결한 말이 좋아졌다. 그런데 내 말을 간결하게 하여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오랜 세월 함께 살지 않았다면 대화가 통할 이 없다. 나태주 시인은 오래 사귀었던 친구처럼 시를 통해 대화가 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