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1부 사람을 만나는 계절

 

목련이 피던 아침

 

새벽에는 아직 어둠이 남아 있었다.

오늘은 아내가 문 권사님을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는지, 아내는 버스와 전철을 타고 가겠다고 했다. 나는 아내를 송내역 앞에 내려주면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가겠다는 말을 듣고, 아침 아홉 시에 차를 몰아 아내를 송내역에 내려주었다.

아내가 차에서 내렸다.

조심히 다녀와.”

나는 아내를 내려주고 사무실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겨울이 지나간 거리와 봄을 기다리는 나무들이 번갈아 지나갔다. 사람들은 출근을 서둘렀고, 버스 정류장에는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창문 앞 목련이 눈에 들어왔다.

목련이 피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봉오리였던 꽃이 오늘은 하얗게 피어 있었다.

하얀 꽃들이 가지 끝마다 조용히 벌어지고 있었다. 겨울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나무가 어느 날 갑자기 봄을 꺼내 놓은 것 같았다. 나는 한참 꽃을 바라보다 휴대전화를 꺼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목련이 피었어요.”

수화기 너머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 사무실 창밖에 하얗게 피었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머니는 교회 옆에 심겨 있는 목련을 상상하며 좋아하셨다. 꽃 한 송이를 보았을 뿐인데, 그 꽃은 나와 어머니 사이에 놓여 있는 작은 다리가 되었다.

어머니는 꽃을 직접 보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나는 목련꽃이 예뻐.”

. 하얀 꽃도 자색 꽃도 모두 예쁘네요.”

어머니는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건너왔다.

나는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의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그때는 그것을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꼭 같은 자리에 앉아 얼굴을 마주 보는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살아가는 날들이 결국 이런 것들로 채워질 줄은.

꽃을 보고 전화를 걸고,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밥을 같이 먹고, 차를 태워주고, 오래된 이야기를 듣고, 헤어지면서 다음을 약속하는 일.

나는 그것을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삶이었다. 나는 그 만남들 속에서 조금씩 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