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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노인대학의 질문

노인대학의 질문

 

노인대학 수업이 끝난 뒤 한 어르신이 나를 불렀다.

목사님.”

.”

오늘 책에서 말한 게 무슨 뜻이에요?”

나는 다시 설명하려다가 멈췄다.

어르신은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나는 …… 사람이 늙어도 마음은 젊을 수 있다는 이야기 같았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어르신이 잠시 웃었다.

오늘 아침에 거울을 봤거든. 얼굴은 늙었는데 마음은 아직도 할 일이 많더라고.”

나는 웃었다.

그럼 오늘 공부 잘하신 겁니다.”

왜요?”

책에서 한 문장 얻는 것보다 자기 삶에서 한 문장을 발견하는 게 더 어렵거든요.”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 주에도 나와야겠네.”

제가 오지 말라고 해도 오실 거잖아요.”

그렇지.”

둘이 웃었다.

 

사람들의 얼굴

 

노인대학이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했다.

강사에게 전화를 걸고, 점심에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오실 어르신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오늘 오실 수 있으세요?”

그럼요. 가야지요.”

날씨가 추운데 괜찮으시겠어요?”

목사님이 데리러 오신다면서요.”

그 말에 나는 웃었다.

. 제가 모시러 갈게요.”

전화기를 내려놓고 나면 또 다른 번호를 눌렀다.

누군가에게는 전화 한 통이 별일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에게는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이 꽤 큰 일이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누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

누가 내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누가 오늘 내가 오지 않으면 궁금해한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다시 집 밖으로 나오게 했다.

한 어르신은 감기에 걸렸는데도 노인대학에 나왔다.

오늘은 좀 쉬시지 그러셨어요.”

내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어르신은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우리는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거예요.”

그래도 몸이 먼저지요.”

혼자 집에 있으면 더 아파요.”

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르신은 자리에 앉아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왔어요?”

아이고, 감기 걸렸네.”

괜찮아요.”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는 생각했다.

사람은 사람 때문에 아프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 때문에 다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고.

 

차 안에서 만나는 사람

 

차를 운전할 때면 이야기가 많아졌다.

누군가를 데리러 가는 길이었다.

요즘 자녀들은 잘 지내세요?”

내가 묻자 옆자리에 앉은 어르신이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큰딸이 말이에요…….”

그 뒤로 한참 동안 딸 이야기가 이어졌다.

사위 이야기.

손주 이야기.

젊었을 때 남편과 살던 이야기.

서울에 올라간 딸이 처음 집을 샀던 이야기.

나는 운전하면서 가끔씩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군요.”

그랬지요.”

손주가 몇 살이라고 하셨죠?”

아홉 살.”

, 지난번보다 컸겠네요.”

그 말에 어르신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지요. 애들은 금방 커요.”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차는 천천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사람 하나를 태우고 가는 짧은 길이었지만 그 차 안에는 한 사람의 일생이 들어와 있었다.

그날 나는 어르신의 목적지만 데려다준 것이 아니었다.

그분의 기억을 잠시 함께 실어 나르고 있었다.

어느 날은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그럭저럭 지내지요.”

한번 만나야 하는데…….”

그러게요. 언제 밥 한번 먹읍시다.”

우리는 늘 그렇게 말했다.

밥 한번 먹자.

차 한잔하자.

시간 나면 보자.

그런 약속들은 이상하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 말을 좋아했다.

언제 한번이라는 말 속에는 아직 만나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다음이 있다는 것.

다시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