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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다시 만나자는 약속

다시 만나자는 약속

 

2020년이 시작되고 세상은 조금씩 달라졌다.

사람들이 만나지 못하기 시작했다.

교회에서도 거리를 두었고, 사람들은 전화와 문자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화면 속 얼굴을 바라보며 예배를 드리는 날도 많아졌다.

어떤 날은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나 커피 한 잔을 마셨는데, 테이블 사이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눈에 보였다.

나는 그 거리를 바라보다가 생각했다.

사람은 가까이 있어야 가까운 것이 아니었다.

멀리 있어도 생각하면 가까운 사람이 있었고,

곁에 있어도 마음이 멀어진 사람이 있었다.

그럴수록 나는 더 자주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세요?”

“네. 목사님은요?”

“저야 잘 지내지요. 건강은 어떠세요?”

“괜찮아요.”

짧은 대화였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면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그 사람도 그랬을 것이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

 

어느 날 저녁, 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아까 반상회 때문에 전화를 못 받았어요.”

“그러셨어요?”

“언제 한번 영종 가서 밥이나 먹읍시다.”

나는 웃었다.

“좋지요. 시간 한번 맞춰볼게요.”

전화를 끊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날 하루에도 많은 사람을 만났다.

어르신을 만났고,

교우를 만났고,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신문에 실릴 만한 사건도 없었다.

그런데 하루가 풍성했다.

나는 생각했다.

사람을 만나는 기쁨은 어쩌면 큰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내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는 것.

그리고 언젠가 정말 다시 만나는 것.

그것이면 충분했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내일도 누군가를 만날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고,

또 다른 얼굴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그 사람과 헤어질 것이다.

삶이란 결국 만남과 헤어짐 사이를 걷는 일인지도 몰랐다.

나는 천천히 불을 끄고 집을 나섰다.

문을 잠그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내일도 사람을 만나겠지.”

그 말이 이상하게 좋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일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아직 따뜻하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 따뜻함을 따라 다시 걸어갈 것이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아니,

어쩌면 사람들 사이에서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