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아내의 전화

아내의 전화

 

며칠 뒤에는 또 다른 일이 있었다.

아내가 전화를 받고 있었다.

한참을 받더니 한 시간이 지나도 끊지 못했다.

전화의 상대는 가까운 지인이었다.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그 사람의 사정을 이해했다.

나이가 들면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일이 많아진다.

자녀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하고, 친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있다.

그럴 때 전화를 받아주는 사람 하나가 얼마나 고마운지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전화는 아내를 지치게 했다.

전화를 끊고 나면 아내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또 무슨 일이야?”

내가 물었다.

아내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힘들어.”

그 한마디에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도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가까운 사람을 지켜주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는 ‘이해해야지’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될 수도 있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쉽게 하는 위로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그러자 아내가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그렇게 쉽게 말하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이 맞았다.

나는 아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지 않고 쉽게 위로하고 있었다.

아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았다.

그저 힘들어 보이니까 힘내라고 말했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은 아내의 마음에 닿지 않았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위로하려면 먼저 그 사람의 자리에 앉아 보아야 하는구나.

내가 아니라 상대의 하루를 생각해야 하는구나.

나는 아내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내 역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오래 함께 산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