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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쌓여있던 마음

 

쌓여 있던 마음

 

어느 날은 사소한 일 때문에 말다툼이 시작됐다.

아내가 서운하다고 했다.

나는 별것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그렇게까지 서운해?”

말이 입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내의 서운함은 그 일 하나 때문이 아니었다.

그동안 쌓여 있던 작은 마음들이 그 일을 핑계 삼아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나는 침묵했다.

아내도 한동안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집 안에 시계 소리만 들렸다.

째깍.

째깍.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때 나는 알았다.

부부싸움은 대개 큰일 때문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작은 무관심이 쌓이고,

작은 서운함이 쌓이고,

말하지 못한 마음이 쌓이다가

어느 날 아주 작은 일 하나를 만나면 넘쳐나는 것이었다.

 

거실의 시계 소리

 

그날 밤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아내는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거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낮에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다.

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들으며 기도했고,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했고, 누군가의 병원 소식을 물었고, 힘든 사람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정작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들여다보았을까.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오래 앉아 있었다.

시계가 다시 울렸다.

째깍.

째깍.

나는 오늘 하루를 하나씩 되돌아보았다.

누구에게 전화를 했는지,

누구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누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그 얼굴을 얼마나 제대로 바라보았을까.

 

부엌에서 들려오는 소리

 

다음 날 아침이었다.

아내는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했다.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잠에서 깨어 그 소리를 들었다.

늘 듣던 소리였다.

그래서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나는 이불 속에서 한참 동안 그 소리를 들었다.

그릇 부딪히는 소리.

물을 틀어놓는 소리.

찬장을 여닫는 소리.

매일 아침 반복되던 소리였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누군가의 수고가 매일 반복되면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고 생활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어쩌면 생활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사랑이었다.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내가 할게

 

부엌으로 갔다.

아내가 돌아보았다.

“내가 할게.”

“뭘?”

“그냥…… 내가 할게.”

아내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당신이 웬일이야?”

나도 웃었다.

“나도 가끔은 해야지.”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에 아주 작은 웃음이 번졌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알았다.

사과는 꼭 ‘미안해’라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어떤 때는 대신 설거지를 하는 것이 사과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때는 말없이 곁에 앉는 것이 사과가 될 수도 있었다.

그날 아침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별것 아닌 이야기를 했다.

오늘 날씨가 어떻고,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고,

누가 언제 오기로 했고,

점심에는 무엇을 먹을지.

평범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나는 그 평범함이 좋았다.

평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그때 조금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