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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삶을 위한 철학수업

삶을 위한 철학수업(문학동네)은 서울과학기술대 이진경 교수의 철학 강의서이다. 20강으로 꾸며졌고, 주제는 4부로 나누었다. (1)삶과 자유, (2)만남과 자유, (3)능력과 자유, (4)자유와 욕망이 그것이다. 삶의 고통을 피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그 고통이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대면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이 책은 강변한다.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1인칭 주어로 설명을 하였다. 자유롭게 사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는 삶이 아니라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가고 싶어 하는 용기를 그려낸 책이다.

(1) 삶과 자유에서는 사건과 고통, 꿈꾸는 영혼의 감옥에 대하여 자유의 길을 제시한다. 자유란 삶, 행동의 방향과 결부된 스스로 만든 어떤 힘이나 능력이다. 따라서 나 아닌 타자들을 알아야 하는 역설을 통과해야 한다. 거대한 결단보다 더 어려운 것은 일상의 삶에서 자유로운 걸음을 걷는 것이다. 사고에 대하여도 그 크기만큼 안타깝고 불행하지만, 그것을 사건으로 긍정하는 이들에겐 삶의 필연적인 행복을 뜻한다. 각 자의 몸이 있고, 각각의 몸에 깃든 능력이 있고, 각 자의 삶이 있다. 그 몸과 조건을 자기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자유와 행복의 가능성은 시작된다. 남의 신체나 남의 능력을 부러워하는 한 우리는 결코 자유와 행복에 이르지 못한다. 우리 삶에서 강함과 약함은 권력의 무게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고통 앞에서 자신이 대면하는 사람이나 사건 앞에서 취하는 태도에 의해 정의된다.

(2) 만남과 자유에서는 강자와 약자는 두 가지 삶의 방향이다. 고통이나 대결을 함축한 채 지금 다가오는 사람과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대면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꿈과 자유에서는 정해진 삶의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면 꿈도 갇힌다고 말했다. 꿈과 상상력이 현세적 성공에 갇혀 버리면 이타성마저 애국주의적 치안과 폭력으로 바뀐다고 했다. 꿈에도 질이 있다. 외부세계와 다른 세계를 보여주지 못하는 꿈이라면 꿈이라고 부를 수 없는 꿈이다. 꿈에서마저 현실을 넘어서지 못하면 우리 영혼은 현실의 감옥에 갇힌 것이다. 사랑이 내게 다가오는 어떤 타자, 어떤 사건을 통해 시작된다면 우정은 내가 다가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정은 능동성을 기원으로 삼는다. 하지만 낯선 자, 아직 공동성도 믿음도 형성되지 않은 자에게 다가가는 것은 상처를 주고받을 위험이 있다. 맑스는 자본주의와 부에 대하여 속속들이 연구하였는데, 실질적인 부란 필요노동시간이외의 가처분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돈을 버는 데 투여되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부라는 개념이고 그런 시간이 많은 사람이 부유한 자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현실의 중압감이 아니라 공상하는 능력이다. 공상은 현실감 없는 무능력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상상할 수 있는 여유와 능력에서 생겨난다. 그럴듯한 공상이란 그런 능력을 창조하는 다른 현실로 안내하는 상상의 지도이다.

헝그리 정신은 돈을 쓰지 않는 법이 아니라 돈을 쓰는 법이다. 돈을 잘 쓰기 위한 삶의 원칙이고 이념, 철학이다. 헝그리 정신은 부에 대한 태도, 돈 버는 활동에 대한 태도, 돈을 쓰는 것에 대한 태도, 삶의 방식이 된 돈의 사용법이다. 돈이 별로 없음이 분명함에도 돈을 부리며 사는 이가 있는가하면, 돈이 많아도 돈에 시달리고 돈에 끌려 다니는 이가 있다. 헝그리 정신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신의 삶을 위해 능동적으로 가난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 쓸 때에는 최대한 신중하지만 남을 위해 쓸 때에는 최대한 과감해져야 한다. 항상 검소하게 살고자 하고 엔간하면 돈 쓸 일을 안 만들지만, 써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머뭇거리면 안된다. 작은 돈을 쓸 때에는 민감하지만, 큰돈을 쓸 때에는 과감해져야 한다. 이럼으로써 돈에 부림을 받는 삶이 아니라 돈을 부리는 삶이 가능해진다.

(3) 능력과 자유대하여는 익숙하지 않은 것을 감지하는 능력을 말했다. 처음에 불편하기에 피하고 싶은 어떤 것을 향해 귀를 여는 작은 용기면 누구나 올라갈 수 있는 평범한 계단이다. 어떤 것이 그저 편안하다면 혹시 구속의 징표는 아닌지 한번 쯤 의심해야 한다. 반대로 어떤 것 앞에서 불편하다면 거기서 자유를 향해 비상할 수 있는 계단을 발견해야 한다.

(4) 자유와 욕망에서는 자긍심이란 자신에 대한 긍정이며, 자기 삶에 대한 긍정에서 나온다. 진정한 삶의 긍정은 한 번의 긍정에도 한 번의 긍정이 더해져야 한다. 첫 번 째 긍정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긍정하는 것이라면 두 번 째 긍정은 그렇게 자신이 긍정하여 선택한 삶으로 인해 야기되는 어떤 결과도 긍정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건 좋아서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 때, 훌륭한 화가로 인정받지 못해서 무명의 세월을 살다 끝날 수도 있다. 그림을 그리는 건 좋아서 긍정한다 해도 가난이나 무명의 세월마저 긍정하는 것이 두 번째 긍정이다. 첫 번 째 긍정은 진정한 긍정이 아니다. 진정한 자긍심은 두 번의 긍정에서 나온다. 두 번의 긍정은 남들의 인정을 구하지 않기 때문에 남들의 비난도 남들의 칭찬도 가볍게 받아 넘길 수 있다. 자유로운 삶, 그것은 두 번의 긍정에서 나온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갖고 있지 못했다면 아직 자신의 삶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삶이 아니라 나의 진정한 삶을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