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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 때 알았더라면

그 때 알았더라면. 정여울 지음. 21세기 북스. 2014(20)이다. 20대를 향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기획된 책이다. 존재의 본질을 찾아가는 작업을 하며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들을 통하여 진짜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화상의 원인이 온도임을 알듯이 트라우마의 원인도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면 그 자체가 치유의 시작이 된다. 저자는 마음이 몸보다 훨씬 연기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아파도 안 아픈 척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 아픔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마음의 가면을 내려놓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나는 어디 아픈가? 아픔에 맞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처럼 아픈 다른 이는 없는가? 이런 고민을 하며 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정. 무엇인가 슬픈 일이 있을 때, 따뜻한 자리에 눕는 것도 옳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좋은 자리, 거룩한 향기가 가득히 떠도는 자리가 있다. 그것은 상냥하면서도 깊고 측량할 수 없는 우리들의 우정인 것이다(마르셀 푸루스트) 텅 빈 의자를 보면 불현 듯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저렇게 넓고 아늑한 의자에는 그 친구와 함께 앉아야 할 것 같다. 그 사람과 함께 앉아 있으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저 함께 있기만 해도 마음 안쪽에서 환한 등불이 켜지는 것 같은 느낌, 아무런 목적 없는 시간을 보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사람, 단 한번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친구이다. 연인이 서로 눈을 바라보는 관계라면 친구는 가만히 옆에 앉고 싶은 관계가 아닐까. 우정의 매뉴얼로 나를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닌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 해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여행. 20대가 스스로 통과해야 할 가장 중요한 미션 중 하나는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서 스스로 자기 치유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은 여행이다. 시간은 좀처럼 사람을 바꿀 수 없지만 공간은 기어이 사람을 바꾼다. 동선이 바뀌면 감각을 사용하는 패턴이 바뀌고, 감각의 패턴이 바뀌면 생각의 회로도 바뀌고, 생각의 회로가 바뀌면 당연히 행동도 욕망도 관계도 달라진다. 여행은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의사소통의 즐거움이 있다. 타인의 삶을 자연스럽게 엿보는 기쁨이 있다. 여행자가 되면 평소의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되어 나 자신의 삶을 조감할 수 있다. 나의 삶을 마치 남의 삶처럼 멀리서 굽어 볼 수 있는 새의 시점. 그것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이다.

 

사랑. 함께 할 시간에 대한 설렘, 함께 만들어갈 인생에 대한 설렘. 그것이 사랑의 기쁨이다. 함께 만들어갈 시간이 얼마나 풍요로운 가능성으로 넘쳐날까를 생각하면 그 설렘은 오히려 연애초기의 설렘보다도 더 애틋한 것 같다. 연애기간에는 사랑에 매진했다면, 결혼 후에는 함께 할 인생에 매진해야 한다. 그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로 경험하지 못했을 어떤 낯선 공간. 시간.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는 것. 그것이 사랑이 가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힘이고, 그런 사랑을 한다는 것 정말 멋진 일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상처, 그것은 사랑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마음보다 훨씬 아름답다. 세계 명작 100권을 읽는 것보다도,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보다도, 한 사람을 미친 듯이 사랑하는 일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재능. 재능을 실컷 발휘하며 원 없이 자유롭게 사랑가는 사람들의 특징은 구도자처럼 일정한 삶의 규칙대로 살아가는 점이다. 재능의 첫 번째 비밀은 절제이다. 재능을 한꺼번에 탕진하지 않고 스스로의 재능에 대해 겸손해하고 감사하면서, 매일매일 벽돌을 쌓듯이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이야말로 재능을 소중히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재능의 유일한 비결은 매일매일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조차도, 심지어 마음대로 통재할 수 없는 꿈속에서도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타오르는 열정 때문에 오직 그것만 생각하는 것, 아름다운 재능은 집중에서 나온다.

 

멘토. 저자는 멘토는 소중하지만 멘토로부터 해방이 진정한 멘토의 발견이라고 말한다. 멘토의 대안으로 독서를 권면한다. 독서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쏟아지는 축복이다. 책 속에는 언제나 다정한 멘토가 있다. 역사도 무궁무진한 멘토의 보물창고가 된다. 무엇보다 최고의 멘토는 시간이다. 시간 속에 변해가는 나를 냉정히 바라보는 나 자신이야말로 누구보다 절실한 나 자신의 멘토가 될 수 있다.

 

행복. 행복은 설명하거나 계산 될 수 있는 것보다는 오히려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 계산 자체가 되지 않는 것들 속에서 피어난다. 우리가 계산만 하지 않아도 우리의 행복은 세상 전체를 뒤덮고도 남을 것이다. 저자는 가장 많이 바라보는 사람에 대하여 말한다. 사람들은 타인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속에 가장 행복한 표정이 되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는 마음의 시선에서 가장 위태로운 표정이 된다고 말한다. 평생 실시간으로 목격할 수 없는 장면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표정이다. 그렇지만 거울을 들이대는 순간 거울 속의 나를 볼 수 있다. 내가 진정으로 눈앞의 사소한 행복에 만족할 줄 알게 되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소통. 저자는 문제메시지보다는 이메일이, 이메일보다는 손 편지가 좋다고 말한다. 상대방의 답장을 더 오래 기다릴수록, 더 오래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을수록 좋다. 상대방에게 즉시 대답하라 라는 부담을 주지 않고, 어느 정도 기다림의 여유를 주는 소통이 좋다. 즉각적인 답장의 기대가 적을수록 더 오래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릴수록 그 소통은 절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