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믿음사.(2014. 서울) 저자는 기쁨과 설렘이라는 감정을 주목한다. 어떤 사건이 우리 시선에 의미 있게 되려면 먼저 감정이 움직여야 한다. 유년 시절의 행복과 불행이 떠오르는 것은 유년 시절의 감정이야 말로 호수를 뛰어오르는 숭어처럼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죽이는 기술을 얻었다는 것이 아닐까? 어 나이가 들었을 때 오늘이 기억이 없는 시간으로 남는다면 불행한 일이다. 수 많은 색깔로 덧칠해지는 추억을 꺼내 들며 행복한 미소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죽었다고 생각하는 감정들을 되살려 줄 수 있는 48명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며 든든한 동반자로 소개하고 있다.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땅의 속삭임’으로 감정들은 비루함, 자긍심, 경탄, 경쟁심, 야심, 사랑, 대담함, 탐욕, 반감, 박애, 연민, 회한 등이 있다.
2부는 ‘물의 노래’이다. 당황, 경멸, 잔혹함, 욕망, 동경, 멸시, 절망, 음주욕, 과대평가, 호의, 환희, 영광 등이다.
3부는 ‘불꽃처럼’으로 감사, 겸손, 분노, 질투, 적의, 조롱, 욕정, 탐식, 두려움, 동정, 공손, 미움이다. 4부는 ‘바람의 흔적’으로 후회, 끌림, 치욕, 겁, 확신, 희망, 오만, 소심함, 쾌감, 슬픔, 수치심, 복수심 등이 있다.
저자는 군대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군대가 자신을 로봇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졸병은 인간도 아니다 라는 말로 변기를 혀로 햝던 모멸감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했다. 억압이란 감정의 억압인데, 누구나 가지게 되는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에 억압이 작동되는 것이다. 이것은 군대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직상 상사 앞에서, 학교 선생님이나 교수들 앞에서, 시부모 앞에서, 경찰이나 검찰 앞에서 조직 폭력배 앞에서, 사회통념이나 정치권력 앞에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모습 등을 고발한다. 감정을 죽이는 것. 감정을 누르는 것은 불행일 수밖에 없다.
살아 있으면서 죽은 척 하는 것이 어떻게 행복이겠는가? 그러니 다시 감정을 살려내야 한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 그것은 감정의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 분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떤 감정이든지 내 안에서 발생하고, 또 나 자신을 감정들의 고유한 색깔로 물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살아있는 것이다. 슬픔, 비애, 질투 등의 감정도 우리에게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차 내게 행복한 감정이 생길수도 있다는 설렘, 이것이 어쩌면 우리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아닐지.
우리에게는 감정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 감정이 기쁨의 계열인지 슬픔에 속하는 감정인지 확인해야 한다. 감정 수업은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수업이다. 우리에게 발생했던, 발생하고 있는, 혹은 발생할 수 있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제대로 연습하자. 감정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어떤 신탁을 내리고 무엇을 명령하는지 명확하게 구분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