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소개

모멸감

모멸감김찬호 지음. 유준화 작곡.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판된 책이다. 이 책의 흐름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사회학적 분야의 책으로 소개한다. 프로이트는 생각이 엔진이라면, 감정은 가솔린이다.’ 라고 말했다. 감정도 존재감이 없다가 느닷없이 터져 나온다는 속성 때문에 그 에너지의 이동경로, 사회적으로 연결되는 연결망에 대하여 연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1장은 감정의 찌꺼기가 화두이다. 감정이 블랙박스라고 한다. 니체는 인간은 행동을 약속할 수 있으나 감정을 약속할 수는 없다.’고 했다. 감정은 스스로를 잘 다룰 수 있도록 스스로 위장한다. 사람을 움직이는 강력한 엔진이지만, 그 기본 설계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을 바꾸는 것보다 감정을 바꾸는 것이 훨씬 어렵다. 감정은 비합리적인 충동이지만 나름의 패턴을 지니고 있다. 감정은 이성보다 더욱 근본적이고 강력하다. 중대한 인간사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감정은 의식의 수면아래서 나를 계속 움직인다. 그 타자의 정체를 탐구함으로써 나 다운 삶에 다가갈 수 있다.

감정을 사회적인 지평에서 분석하고 역사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익숙한 마음의 습관들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로 본 한국인의 복 사상은 (), (), (), 多男子(다남자)가 전통적인 복 개념이다. 수와 부, 다남자는 모두 객관적으로 증명이 되고 사적인 차원에서 추구되는 복이다. 그리고 귀는 공적인 차원에서 끝없는 확장성을 갖는다. 그런데 귀 마저도 벼슬이라는 것으로 축소되고 획일화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한국인에게 친구는 과연 무엇인가? 잘나가는 인생을 자랑하면서 비슷한 수준끼리 어울리는 사교의 대상인가라고 꼬집는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발견하면서 자신의 귀중함을 깨닫고 서로 존엄을 북돋아 주는 관계가 절실하다.

공간은 마음이 담기는 그릇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공간 사정이 문제시된다. 일터나 학교 그리고 가정에서 편안하고 떳떳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은 품위 있는 삶의 기본을 이룬다. 공간과 몸을 다스리고 마음의 관련성도 중요하게 논의 되어야 한다. 신경건축학이라는 독특한 분야를 개척한 에스더 M. 스턴버그는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라는 책에서 똑같은 수술을 하고 나서 일주일 정도 입원하는 환자들의 경우, 창밖으로 숲을 볼 수 있는 병실의 환자가 그렇지 않은 병실의 환자들에 비해 하루 일찍 퇴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화폐의 논리를 넘어선 세계에서는 돈의 위상을 목적에서 수단으로 바꿔놓는 작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기술한다. 소수자들의 연대와 결속에 대하여도 강조한다. 그러면 상황을 직면할 용기가 생긴다고 했다. 환대의 시공간에서는 사람들 사이의 유대를 통해 새로운 삶의 공간을 창출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했다. 인간은 자기를 알아주는 공동체를 만나 공적인 자아를 실현하면서 진부한 삶에 생기와 역동을 불어 넣을 수 있다.

감정의 주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실존주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롤로 메이는 자극과 반응사이의 자동회로를 차단해 보라고 조언한다. 몸을 단련하듯 꾸준히 연습해서 체득해야 한다. 감정 자체를 주시해보자. 스스로 감정과 거리두기를 하자. 어떤 사건이나 상대방의 언행이 나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불러일으키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생겨나는 감정을 객관화하는 것이 좋다. 중심 잡힌 사람은 희로애락 감정을 균형 있게 품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표현한다. 그런 사람은 건강하다. 어느 한 감정에만 매여 살지 않기에 인생이 풍요롭다.

인디언 부족 이야기를 소개한다. 얘야, 마치 내 가슴 속에서 두 마리의 늑대가 싸우고 있는 것 같구나. 한 마리를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고, 화가 나 있고, 폭력적인 놈이고, 다른 한 마리는 사랑과 동정의 마음을 갖고 있단다.” 손자가 물었다. 어떤 늑대가 할아버지 가슴 속에서 이기게 될까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내가 먹이를 주는 놈이지.”

저자는 모멸감을 화두로 인간에 대해 생각을 한다. 어떻게 하면 모멸감을 덜 느끼는 쇠를 만들 수 있을까?

첫째, 구조적인 차원으로 접근을 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압축적으로 경험한 한국사회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문화적 차원으로는 가치의 다원화가 필요하다. 인간과 삶을 바라보는 시야를 여러 차원으로 키워야 한다.

셋째, 타인의 인정보다는 개인의 내면적인 힘을 키워야 한다. 쇼펜하우어는 다른 사람의 머리는 진정한 행복이 자리 잡기에는 너무 초라한 곳이다.’ 라고 했다. 부드럽고 당당한 기품이 있는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