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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간이라는 공간

사람이 시간이라는 공간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계수하는 일이 사람의 지혜라고 생각할 때에 일 년을 12달로 정하고 계절을 나누고, 하루를 또 쪼개어 24시간, 한 시간을 쪼개어 60, 1분을 쪼개어 60초라고 정하여 시간을 맞추는 행동은 다른 동물들이 볼 때에 그 시간이 그 시간인데 쓸데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간은 시간을 재면서 산다. 시간을 재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돌아본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계획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새겨 있는 뜻을 헤아려 본다.

하나님은 시간 속에 말씀을 새겨 넣으셨다. 그 분의 말씀은 시간이라는 공간을 달리는 빛과 같다. 시초부터 종말을 알리며, 아직 이루지 아니한 일을 옛날부터 보여준다. 그 분은 앞선 뜻이 있고, 앞선 기쁨으로 자신의 계획을 시간이라는 공간 속에 새겨 놓으셨다. 그 분은 미래라는 공간을 이미 다 아신다. 왜냐하면 그 분이 그 시간을 설계하시고 만드셨기 때문이다. 가을 청명한 하늘 공간을 바라보며, 우리가 누리는 시간이라는 공간도 청명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 본다. 목회자의 길을 나선지 벌써 20여년이 되고, 이제는 사회복지사, 사서인 전문가의 모습을 세워나가며 또 다른 모습을 융합하는 내 인생을 보면서 이 모습도 그 분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주에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을 받았다. 갈등에 대한 세미나인데 자원봉사자들의 갈등에 대하여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서울에 유명한 심리상담 전문의사의 이야기이다. 이 병원에 중요한 고객과 만나는 약속을 하였는데, 전날에 과음을 하였다고 한다. 아침에 양치질을 하고, 입에서 나오는 술 내음을 처리해 보려고 엄청 노력을 해보았다. 그러나 알콜이 분해가 되지 않아 말할 때마다 술 냄새가 났다고 했다. 그래서 의사는 오늘은 환자의 이야기만 들어보아야 하겠다고 하고 면담을 진행하였다. 그 환자는 재산이 많은 재력가였는데 유산 문제로 인해 가족 간에 스트레스가 엄청 심했다고 한다. 이 문제는 법률적인 문제를 넘어 가족 간의 갈등을 일으켰고, 자신도 재산 문제뿐 아니라 정신공황 상태가 되었다고 했다. 다른 병원들을 다 다녀보았지만 해결하지 못해서 마지막으로 온 병원이 여기라는 것이다. 의사는 자신의 명예가 걸린 문제라서 갖고 있는 심리적인 지식을 쏟을 절호의 기회였는데, 술 냄새 때문에 한말도 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으로 듣기만 했다고 했다. 환자가 자신의 말을 다 쏟아내고 끝날 때에 그래도 의사는 한 말씀은 해야 하겠기에 그 동안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라고 한 마디를 했다. 그러자 그 환자는 의사에게 오늘 이 문제가 풀렸습니다. 그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오늘 선생님께서 제 문제를 진지하게 들어주셔서 제가 말을 하면서 제 문제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이 말을 듣고 오히려 깜짝 놀랐다. 그리고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것이 자신이 그동안 전문적으로 쌓은 지식을 활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시간을 재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시간을 촉박하게 쪼개며 사는 것이 인간의 지혜이지만, 가을 하늘이 청명하고 흠이 없는 것처럼, 우리 생각도 시간에 빈 공간을 만들어 보면 그 시간이 과거, 현재, 미래를 하나로 아우르며 티 없이 넓은 새로운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늙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지난다고들 말한다. 현대인들은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공간 이동을 즐기며 여행을 하는 것처럼, 우리 삶의 자리가 빠르게 지나도 그 시간에 새겨 있는 말씀을 들을 수 있으면, 우리 삶도 여행하듯이 건강한 시간에서 살 수 있다. 시편기자는 이렇게 고백을 하였다. 그의 명령을 땅에 보내시니 그의 말씀이 속히 달리는 도다. 눈을 양털같이 내리시며 서리를 재같이 흩으시며 우박을 떡 부스러기같이 뿌리시나니 누가 능히 그의 추위를 감당하리요. 그의 말씀을 보내 사 그것들을 녹이시고 바람을 불게 하신즉 물이 흐르는 도다.(147:1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