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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 삶의 먼지도 꼭대기에 쌓인다.

도서관과 홈스쿨 방이 따뜻해 졌다. 단열공사와 도배를 했기 때문이다. 도서관 동쪽에 창호공사와 단열공사를 하고, 남쪽 창호 밑에는 단열공사를 했다. 사무실과 주방, 화장실에 창호를 설치하고, 단열공사를 한 부분마다 도배를 했다. 하늘색으로 도배를 하여 추운 느낌이 들까 했는데, 단열공사 때문에 그런 느낌은 들지 않고, 오히려 새 집으로 입주한 기분이 들었다. 겨울철에 공사를 하는 바람에 공사 중에는 추었지만, 이제 공사가 끝나고 나니 큰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 든다. 홈스쿨 아이들도 방이 환해지고, 따뜻하다고 좋아들 한다.

공사를 하면서 정리정돈도 많이 하게 되었다. 그 동안 구석진 곳에 넣어 두었던 서류들과 잡동사니 물건들이 밖으로 나오고, 다시 평가를 받게 되었다. 버려야 할지, 또 필요할 때까지 보관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기면서 공간들은 정리되고 새로워지는 것이다. 버리는 물건들을 보면서 그동안 미루며 게으름피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책장, 가구 등 꼭대기에 쌓여있던 먼지들을 물수건으로 닦아내면서, 우리 삶의 먼지는 꼭대기에 쌓인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되었다.

추위로 막아놓은 창문도 이번에 창호공사를 하면서 열고 닫을 수가 있어서 문을 열면 환기도 되고, 창문으로 보이는 거미산도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 밖에서 사무실을 보면 하얀색으로 창문이 드리워져 있어, 언덕 위에 하얀집 같은 깨끗한 이미지도 보인다.

 

 

우리 삶에도 이렇게 공사를 하면한다. 먼저 창호공사를 무엇일까?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해 본다. 문을 열며 환기를 하듯, 우리 속의 생각과 감정을 환기하는 것이다. 이기주 작가는 말에 언품이라는 말을 했다. 言品(언품)은 말의 품격을 말하며 대화를 이끄는 힘이라고 한다. ()이라는 한자를 살펴보면 ()()가 있는데 두 번 생각하고 입을 열라는 의미라고 한다. 두 번 생각하고 입을 열 때에 비로소 말이 된다는 의미가 된다. ()이라는 한자도 입 ()자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언품이 되는 것이다. 우리 삶에 창문이 있어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을 열어주고 환기를 한다면 언품이 쌓여 성품이 있는 사람이 될 줄 안다.

그러면 단열공사는 무엇일까? 영국의 진화심리학자인 로빈 던바 교수는 인간의 의사소통 과정과 침팬지의 털 손질 행위에 유사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침팬지는 서로 털을 골라주고 만져주는 그루밍(grooming) 동작을 통해 상호친밀성을 높이는데 사람들이 대화를 할 때에 맞장구를 치는 행위도 이와 유사하다고 한다. 우리가 함께 나누는 공간도 함께 맞장구치며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추위를 막아줌같이 따뜻한 소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도배공사는 무엇일까?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자 메러비안 교수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인간의 대화 체계에는 말 자체보다 목소리, 표정, 태도, 몸짓이 더 영향력을 끼쳤다고 한다. 말 자체는 7%이지만, 목소리는 38%, 표정 30%, 태도 20%, 몸짓 5%의 영향력을 끼친다고 한다. 목소리, 표정, 태도가 대화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안다면, 대화에 적극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공간을 따뜻하게 하고 난 후에 도배를 하니 아름답고 깨끗하게 정리된 느낌을 준다. 이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가 아름답고 깨끗하게 되기를 바란다.

사무실 공간을 리모델링하면서 방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를 살펴보았다. 사람의 두뇌에도 두 개의 방이 있다고 한다. 의식의 방, 무의식의 방이 그것이다. 의식의 방은 말과 의식이 쉴 새 없이 열고 닫힌다. 환기가 잘 되는 방인 것이다. 그러나 무의식의 방은 꼭꼭 잠겨 있다. 무의식의 방에 먼지가 쌓이고 쓰레기가 남겨진다면 얼마나 갑갑한 공간인가? 더구나 무의식의 꼭대기에 먼지가 쌓이면 볼 수도 없지 않은가? 말은 무의식의 방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언품을 통하여 무의식의 방이 개방되고, 꿈과 희망을 가득 채우는 성품 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