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만수동에 바람이 분다

10월 만수동에 가을바람이 분다.

말라버린 나무 잎들이 바람이 떨어지고, 아파트 경비원들은 새벽마다 비를 들고 낙엽을 쓸어낸다. 아내는 매일 같이 나뭇잎을 쓸고 계시는 경비원들을 보며 저 아저씨는 참 부지런하다고 칭찬을 한다. 아침저녁으로 10도가 되니 오슬한 느낌이 들어 겉옷을 꺼내 입었다. 은행나무에서는 바람에 열매들이 떨어져 땅에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사서선생님에게 은행냄새가 지독하다고 하니까, 은행냄새가 구스름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열매니 그렇게도 생각하겠다 싶다. 일부 사람들은 땅에 있는 은행 열매를 줍는 모습도 보인다. 가을 창문을 여니 산자락에서 내려오는 바람 소리에 한해를 결산하라는 무언의 소리를 듣는다.

 

필자는 가끔 방에서 정강이를 다치곤 했다.

그리고 터득한 지혜가 있다. 방에 큰 침대가 있는데 침대 모서리가 단단한 박달나무이다. 아침에 창문을 열려고 침대를 돌다가 무릎을 침대에 부딪치곤 한다. 그러면 영낙없이 무릎에 멍이 들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무릎 피부가 까져서 피가 나기도 한다. 살심이라고 하지 않은가? 맷집이 있는 사람은 매를 맞아도 잘 견뎌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매의 아픔을 견디질 못한다. 피부가 단단한 사람은 웬만해선 금새 아물고 하는 데, 필자는 한번 피부가 상처가 나면 며칠을 가며 약을 바르고 고생을 해야 상처가 아물곤 한다. 몇 번을 다치며 잘 다친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천천히 움직이자.’ 라고 생각해본다. 침대 모서리를 천천히 움직이니까 무릎까지는 일이 없어졌다. 하나님이 우리에게서 젊음을 빼앗는 것은 그냥 우리에게 있는 것을 도로 찾아가시는 것만은 아니다. 나이가 든 사람이 젊은 사람처럼 다니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알려주시려 하심이 아닐까? 정강이도 다치고, 상처도 느리게 아물게 함으로써 급한 마음을 다스리고,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시는 은혜라고 생각해 본다.

 

노인대학에서 어르신들에게 견우직녀 이야기책읽기와 잼잼 노래, 실뜨기와 엄마가 일곱째를 낳았어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잼잼잼잼 잼잼잼잼 곤지곤지 곤지곤지 곤지곤지 곤지곤지 짝짜꿍 짝짜꿍 짝짜꿍 짝짜꿍어르신들은 옛날 생각을 하며 잘 따라하신다. 손주 손녀들하고 할 수 있는 놀이이기도 하고, 옛 추억으로 돌아가는 노래이기도 하다. 실뜨기는 빗자루와 왕관, 에펠탑, 목걸이와 오징어잡이 배 등을 만들어 보았다. 급한 마음에 손이 엉키는 어르신들은 따라 하지 못해 답답해하시고, 천천히 손동작을 따라 하시는 어르신은 금방 따라 하시며 좋아하신다. 많이 반복하다 보면 모두들 할 수 있으니까 너무 속상해 하지 말고 천천히 계속 따라 하시라고 하면서 실뜨기 실은 주머니나 가방에 갖고 오시라고 말했다.

 

견우직녀 이야기는 하늘나라에서 소를 키우며 농사를 짓던 견우와 옷을 만들며 베틀을 짓던 직녀로 인해 하늘나라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입게 되었다. 옥황상제는 견우와 직녀가 백성들에게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을 칭찬하고 결혼을 시켰다. 그러나 견우와 직녀가 너무 자신들의 행복에 취해서 농사짓는 것과 옷을 짓는 것을 소홀히 함으로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다. 견우는 동쪽 하늘에 직녀는 서쪽 하늘에 쫓겨나서 피차 만나지 못해 눈물을 흘리게 되니 땅에서는 까치와 까마귀를 보내어 은하수에 다리를 만들어 1년에 한 번씩 만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열심히 살며 행복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타인을 위한 삶이 더 가치 있고, 훌륭한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가르침이 있다. 어르신들에게 이야기책을 소개하고, 실뜨기와 노래를 진행하면서 육체는 늙어 가지만 마음속은 보물창고가 있다는 말을 해 드렸다. 보물 창고에는 좋았던 일들은 해바라기 색으로 남아 있고, 슬펐던 일들은 깊은 바닷색의 푸른 기억으로 남기고, 무지개 색처럼 다양한 기억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보물들을 언제까지나 천천히 찾아보면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모두 각자에게서 만들어진 보물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