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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 2회 가을이야기

가을치고는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낙엽이 바람에 떨어지는 모습이 멋지다. 박 권사는 비가 내리는 만수동의 경치가 좋다.’ 라고 말했다. ‘비 내리는 것이 좋다.’ 라고 하는 그 마음이 이해되는 것 같다. 늘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잠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비가 내리고 낙엽이 땅에 떨어져 있는 수채화 같은 분위기가 있는 만수동은 도심지라기보다는 산자락으로 더 들어온 기분이 난다. 빗물에 반짝이는 낙엽들은 마른 몸을 적시며 쉬는 것 같다. 낙엽 속 빗물 사이로 세상이 보인다.

 

큰사랑공동체는 제2회 가을이야기를 꾸몄다. 1112일 목요일부터 13일 금요일 까지 이틀간 지역을 향한 문화행사를 가졌다. 목요일에는 유현승 도자기 작가를 초청하여 도자기 만들기를 했다. 행홈 아이들은 흙을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흙으로 사람을 만들었는데, 하나님께서도 흙을 만지며 좋아하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금요일에는 아침 8시부터 영화 상영을 했다.

영화 제목은 <7번방의 선물>이다. 10시부터는 12시까지는 박 관장의 실뜨기 전래놀이와 박소영 노래교실, 그리고 이은영 시인의 시낭송과 삶의 이야기 풀어내기 시간을 가졌다. 김선희 사서는 빛 그림자 이야기를 갖고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오후에는 중국어 말하기 대회와 문화축제행사를 진행했다. 이은영 시인은 동시 작가이다. 자신과 똑 닮은 언니가 뇌종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언니는 의사 말이 1년 시한부 인생이라고 했는데 지금 13개월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언니와 대화를 기록하며 성경도 보고, 병원놀이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은 전문인 자격증을 따고, 학교 강사로 사회진출을 하며 앞서가고 있는 것 같지만, 지금 자신이 할 일은 언니와 함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은영 동시 작가에게 지금 언니와 함께 있는 것이 다른 친구보다도 더 열매를 맺는 귀한 일이라고 말해 주었다. 최고의 대학을 졸업하는 것보다도, 전문인 자격을 따내는 것보다도 지금 언니와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더 귀한 것일 줄 누가 알겠느냐고 하며 위로를 해 주었다.

 

이은영 시인이 부른 시 낭송 내용이다.

작은 것 (황 베드로 ) ; 웅덩이가 작아도 흙 가라앉히면 / 하늘 살고 구름살고 별이 살고

마당이 좁아도 나무 키워 놓으면 / 새가 오고 매미오고 바람이 오고

벙어리장갑 (신 형 건) ; 나란히 어깨를 기댄 네 손가락이 말했지. / "우린 함께 있어서 따뜻하단다. 너도 이리로 오렴!"

따로 오뚝 선 엄지손가락이 대답했지. / "혼자 있어도 난 외롭지 않아 내 자리를 꼭 지켜야 하는걸."

시와 함께 살고 있는 시인을 보니 그 녀의 삶의 이야기를 칭찬하고, 축복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