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거노인이 되었다. 아내가 아프리카를 갔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4일에 갔으니 벌써 3주가 지났다. 혼자서 밥해 먹고, 빨래도 하고 조금 더 바빠졌다. 물론 아내가 밑반찬은 준비해 놓았다. 멸치볶음 한통, 고추장 볶은 것, 고추조림, 김치도 두 통이나 썰어놓았다. 쌀도 큰 반찬통 2개에 나누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고, 햅쌀, 잡곡 섞은 것도 따로 넣어 섞어서 밥해 먹으라고 했다. 김치찌개도 큰 냄비에 가득 끓어 놓아 데워 먹으라고 했다. 김치찌개는 하도 많아서 일주일동안 먹느라고 혼났다. 김치찌개가 떨어지니까 이 권사님이 김치찌개 한 냄비를 끓여 주어 지금까지 먹고 있다. 주방 아주머니가 가끔 반찬을 해주어 갖다 먹고 있다. 둘째 딸과 사위가 가끔 외식하자고 해서 식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아무 신경도 쓰지 않던 식사 문제, 빨래 문제가 대단한 일이 되었다. 아침에 새벽기도가 끝나고 나면 집에 내려가 쌀 씻고, 밥을 한다. 밥 할 동안 집안 청소를 하고, 목욕탕도 씻는다. 음식찌꺼기는 혼자 먹기 때문에 별로 없지만, 그래도 매일 갖다가 버린다. 집에 바퀴벌레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빨래는 밤에 한다. 물론 빨래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세탁기가 다 한다. 빨래가 끝나면 안방이 습도가 없어 빨래를 널어놓고 자면 숨 쉬기가 편하다. 3주 정도가 되니 집에 내려가도 쉬는 것이 아니다. 바쁘게 일하다 보면 자야 할 시간이 된다. 새벽기도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이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다 했다. 밥상을 차리는 것도 설거지를 하는 것도 순식간에 뚝딱이다. 그리고 “당신은 복 받았어. 나처럼 빨리 밥상 차리고 기다리지 않게 해주는 사람 드믈어.” 그렇다. 집에 내려가 배고플 때에 아내는 거의 20분 안에 밥상을 뚝딱 해내곤 했다. 아내가 출국을 하고 집에 온 날은 아내 걱정만 했다. ‘비행기가 잘 떠났나? 24시간을 어떻게 비행기를 타지? 그래도 지난 10년간 행홈 사역을 하고, 작은 교회 섬기느라 고생했으니까 이젠 쉴 필요가 있지. 잘 한 거야. 거긴 공기도 좋을 테니까.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힐링이 될 거야.’ 생각을 하였다. 하루 동안 비행기가 가는 시간이니까 잘 도착하기만 바랬다.
무사히 도착했다고 메시지가 왔다.
‘아브다비 도착. 잠시 쉬었다 우간다엔테베공항으로.’
‘잘 계실 줄 믿습니다. 여긴 캄팔라게스트하우스인데 넘 잘 지었어요. 잘 도착했고 안부들 전해 주세요. 또 소식 전할께요. 건강해요.’ ‘지금 짐 정리하고 있어요.’
‘여독 좀 풀고 무리하지 말고 건강 잘 챙겨요.’
‘식당에서만 카톡되서 지금해요. 지효는? 보고 싶어요, 또 할께요. 건강챙기고요. 부식 사는 거 도와주세요.’
‘깔끔하게 잘 지은 것 같네요. 당신 사진 유심히 보았어요. 문 권사님 좋으신 것 같아요. 모두들 기도하고 있으니까 힘내요.’ ‘오늘 토요일 오전 도원교회 최 목사 만났어요. 당신 우간다 갔다니까 좋겠다하며 부러워해요. 자신도 목회만 일념하다 재작년 보름 장로들과 선교지 다녀온 것이 힐링이 되었다고요. 당신 오면 식사하자고 했어요. 설교도 부탁 한 대요. 몸 건강하길 기도해요.’
‘잠자리도 좋아요. 우리가 보낸 이불이예요. 내일은 주일 예배 후 이민자 선교사님 댁 초대. 아직은 쉬고 있어요. 거긴 춥죠? 식사는? 잘 드세요. 전 괜찮아요. 잘 자요.’
‘난 감기로 코 헐어서 병원 가서 약 타서 먹고 쉬고 있어요. 부디 몸 건강하게 지내요.’
‘어쩌나요?’
‘약 먹고 쉬면 낫겠지요. 거긴 몇 시?’
‘여긴 오후 5시 반. 몸은 좀 어떠세요? 오늘 주일교회가요. 여긴 새벽에요. 잠이 일찍 깼어요. 목이 안 좋아 조심하고 있어요. 건강해요. 새벽5시30분 거긴 예배 중?'
' 기온은 어때요? 몸 조심해요.’
‘난 약 먹고 회복하고 있어요.’
‘기온은 실내는 가을정도. 밖은 아직 몰라요.’ ‘지금 아침 먹고 교회 8시40분 출발해요. 지금 오후 예배겠죠? 이따 또.’
‘주일 잘 보냈었나요? 오늘 어때셨어요? 예배 모습 사진 보낼께요. 장로님개척교회 리빙스턴 교회예배 전경. 게스트하우스에서 100킬로 떨어진 우브렌지라는 곳. 새로 지을 병원자리.’
‘어제 그제 계속 꿈꾸네? 깨보면 당신 없고.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아. 이왕가 있는 것 다 하나님께 맡기고 충분히 힐링 되길 기도해요.’
‘하여튼 잘 지내요. 하나님께서 인도하리라 믿어요. 일없이 있는 것도 훈련이네요. 이곳 게스트하우스식구가 7명 식사도 좋고. 저녁식사 후 예배드리고 당신 없는 게 힘들지만 기후도 긴팔입고. 문 권사님이랑 말동무하고 근데 너무 길어서 고민은 되요. 장로님 하는 일은 너무 방대해서. 주님께서 도우셔야 할 것 같아요. 몸조심하고 또.’
‘그렇게 있는 것도 하나님계획과 뜻이 있는 거예요. 조급한 생각 내려놓으면 연약했던 부분 고쳐주시고 조급함 같은 것. 시간의 잔인한 불가역성을 잊게 해 줄 거예요.’
‘아이고 참, 뭔 소릴 못해요.’
‘좀 낫네? 이 억 만리 떨어졌어도 슬픔과 고독을 저장해서 마음껏 그리워합시다. 그리고 당신은 거침없는 모습이 매력이야.’
‘지효 보고 싶어.’
‘앞마당 망고나무. 모델은 조셉핀 대학생. 지금은 점심 김밥 만들고 있고 비가 와요. 슬프게. 당신은 뭐해요?’
‘내가 계속 생각하고 있으니까 힘내요.’
‘슬프지 너무 오래있고. 알잖아. 집 같겠어? 당신도 없고 함께 생활하는 거 까다롭고, 조심스럽지.'
'어서 쉬어요. 굿나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