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집에서 옷을 벗으시다가 넘어지셨다.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싱크대에 부딪치신 것이다. 옆구리가 결리다고 해서 가슴 보호대를 차고 계시라고 조처를 해드렸다. 나이가 들면 항상 조심하여야 하는 데 그것이 마음대로 안된다. 평상시 하던 대로 하게 되고, 사고가 나면 후회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지 않던가. 아들은 어머니의 말을 듣고 속이 상했다. “혼자서 화가 많이 났겠네? 조심하지 못했다고. 나도 몇 번 넘어지고 부딪치고 나서는 앉을 때나 일어 설 때 손을 잡고 일어나고 천천히 움직여요. 어머니도 이제부터는 옷 입을 때는 앉아서 입어요. 혹시 혼자 다닐 때도 지팡이를 짚고 다니고요.” 어머니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수요일에 어머니 생신이다.
평일에 가족들이 만나지는 것이 쉽지 않아 미리 주일에 식사를 했다. 수요일 아침에 강 목사가 조갯살과 홍합살을 넣은 미역국과 호박전, 시금치나물을 해서 밥 하고 어머니 갖다 드리라고 해서 보자기에 음식을 쌓아 가지고 갔다. ‘생신 축하해요’ 하면서 문을 여는 데 어머니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 겨우 일어나시더니 주일저녁에 집 안에서 넘어지셨다고 했다. 병원에 가보자고 하니까 그런 상태는 아니라고 하신다. 가슴보호대를 입혀드리고는 집 안에서 회복될 때까지 좀 쉬시라고 했다. 월요일에 박 권사가 링거를 맞자고 했는데도 괜찮다고 했다고 해서 다음부터는 상대방의 호의를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어느 젊은이가 버스에서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고 했어요. 노인에게 자리를 내어 드렸는데, 그 노인은 젊은이의 양보를
기어이 받지 않고 아직 자신은 다리가 튼튼하다며 젊은이가 고생 많이 하는 데 다시 앉으라고 말했데요. 그 젊은이는 다시 앉아야 할지 불편하고 황당했대요.” 호의를 베풀면 받아들이는 것도 어르신의 역할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혼자서 외롭고, 또 자신 생각에 어처구니없게 넘어져 아프니까 더 화가 나 있는 어머니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주고 싶어서 구순이 넘은 어느 할머니의 사례를 전하며 우리 어머니도 이제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잘 견디고 약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그리고 어느 노인의 시를 읽어 드렸다.
일본 시바타 도요 여사인데 그 녀는 99세에 첫 작품인 <약해지지 마> 라는 시를 썼다.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마
그 녀는 “사는 게 힘들어요. 이 나이가 되면 매일 아침에 일어나는 일조차 쉽지 않아요. 그래도 나도 이렇게 살아있으니까 여러분도 죽지 말고 살아라. 이 얘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어요.” 라고 말했다고 했다.
어머니는 요즘 부쩍 아픈 데가 많아 하나님이 빨리 자신을 데려 갔으면 한다는 말을 곧잘 하신다.
그 말을 듣는 아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상상하곤 심정이 아프지만 말이다. “아직 10년은 더 함께 살아야 지요.” 하면 끔찍한 소리 말라고 하신다. 생일날 며느리가 해준 미역국을 드시고, 밥상을 받으시며, “수고했고 고맙네.”라고 말씀하시며 칭찬하신다. 그리고는 5만원을 강 목사에게 주고, 5만원은 감사헌금으로 내라고 말씀하신다.
전주대 이 모교수의 사례관리이다. 그는 자신이 복지센터 관장 시절에 불량소녀 한 아이를 입소할 때의 일을 말했다. 이 소녀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다리는 흔들고 껌을 짝짝 씹는 품행이 단정하지 않고 소문이 안 좋은 아이였다. 이런 아이라 선입관에 이 아이가 입소하면 시설 아이들이 나쁜 영향을 받겠다고 생각이 나서 입소 거절을 하려고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런데 한 사회복지사 간사가 자신이 잘 케어해 보겠다고 해서 입소 결정을 했다고 했다.
시설 간사는 그 아이가 공부진도가 나지는 않고 해서 자원봉사 경험을 하게 했다고 했다. 그 아이는 공부하는 것은 싫어했지만, 자원봉사는 기쁘게 참여를 했었다고 했다. 그 아이는 대학교입학 할 때에 학습 성적보다는 자원봉사 실적으로 지방에 있는 모 대학에 사회복지학과를 지원해 합격을 했다고 했다. 시설에서도 보람으로 알고 있었다. 언젠가 이 모교수가 복지센터에 직원을 뽑으려고 직원모집 공고를 냈는데, 그 학생이 지원을 했다고 했다. 관장은 공정하게 하려고 필기시험을 시행했는데, 그 아이가 2등을 했다고 했다. 관장은 이 아이에 대한 선입관이 있어서 합격고지를 망설이다가 원칙대로 합격처리를 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직원이 센터에서 가장 모범으로 일을 잘 하는 직원이 되었다고 했다. 지금은 자신이 평생에 가장 잘하고 보람 있는 일은 그 아이의 변화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우리 삶에도 위로와 격려, 칭찬을 통해서 변화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