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나그네의 가을 여행

나그네의 가을 여행


기아대책 경인지역 중앙이사회에서 12일간 속초를 다녀왔다. 동해콘도에서 1박을 하였는데, 일출광경이 감동을 준다. 아침 623분에 일출광경을 보았는데 방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장관이다. 이 장면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동해바다를 찾는 가 보다. 검은 바다가 점점 붉은 빛으로 변하며 수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창공을 빛내며 하늘을 붉게 물들게 하고, 아침을 밝게 한다. 힘센 장수가 칼을 번쩍 들고, 휘두를 듯, 위엄을 나타내는 듯, 태양은 오늘 하루도 그렇게 하늘 창공을 힘차게 위엄을 품고 다닐 것이다.

문득 이곳 동해 지역의 사람들은 일출장면을 매일 아침 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그네는 일출장면에 감동을 하지만, 현지 사람들에게 일출은 일상이라고 생각을 하니 그 또한 색다른 감흥이다. 우리 삶에도 일상을 나그네처럼 생각한다면 모든 상황들도 일출장면처럼 기다려지고, 경험에 대하여도 감동이 생길 것이다. 지난 주 은퇴한 장로님을 만났었는데 자신이 지금 84세라고 소개를 한다. 지나 온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난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기다린 시간만큼은 1시간이 왜 이렇게 긴지 모르겠다고 말했었다. 하루가 천년, 천년이 하루라는 말은 이렇게 우리 앞에 나그네처럼, 일상에서 사는 사람처럼 이중의 언어를 준다.

숙소에서 9시에 황태국을 먹고, 설악산으로 출발을 했다. 설악산에는 9시 조금 지난 시간임에도 차량들이 줄을 대며 들어오고 있었다. 평일이지만 단체관광객들이 붐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직 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설악의 공기는 맑고 쾌청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오르니 산천은 말이 없고, 하늘 창공은 티 없이 맑았다. 동해 바다도 멀리 하늘 위에 떠 있듯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참 평화롭다. 우리 삶도 말없이 티 없이 느리게 달리면 어떨까 싶다. 정상에는 이른 단풍이 벽처럼 서 있어 셀카로 인증샷을 해 두었다.


케이블카 터미널 위층에는 매점이 있었는데, 호떡을 굽는 아주머니가 산에서 먹는 호떡은 별미랍니다. 맛집 수준 이예요.” 라고 자랑을 한다. 배고플 때 먹던 호떡 추억을 생각하며 9천원을 주고 호떡 6개를 샀다. 정상에 오르지 않은 일행들과 매점에서 호떡을 먹었는데, 그 맛은 또한 자연산 고기 한 점을 씹는 것처럼 이색적이었다. 내려오는 케이블카에서는 떨어지는 듯 아슬한 풍광에 손잡이를 부여잡은 여인들의 모습이 귀엽다. 설악산에 왔으니 점심도 별식으로 먹기로 했다. 곰치 나물을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예약을 해 두었다. 설악산에서 나는 각종 나물을 비벼 곰치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짭짤한 곰치 김치가 밥맛을 돋군다. 식당에는 각종 마른나물 종류를 팔기 위해 진열해 놓은 상품들이 있었다. 그중 혈액순환과 손 떨림, 피로회복에 좋다고 하는 인진쑥도 한 봉지 샀다. 주변에 오색약수터에서 철분이 들어있는 약수가 있다고 해서, 우리 일행은 식사 후에 가기로 했다. 5분쯤 걸어가니 계곡물이 흐르는 바위틈에 작은 구멍 주변으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여행객들은 아주 작은 박으로 한모금도 안 되는 물을 떠서 마시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패트병에 약수물을 조금씩 담아내고 있었다. 한 모금 먹자고 하니, 조그만 박으로 구멍 안에 스며든 물을 박으로 훑어내듯 퍼서 건넨다. 일회용 컵을 미리 준비하여 물을 한 모금 담아 마시니 사이다 맛이 싸하게 난다. 모래와 함께 섞여 떠 보는 작은 약수물은 음료수준인지 표시도 없다. 그저 흐르는 계곡물 사이의 바위에 파놓은 작은 구멍에서 떠 마시는 나그네들의 특별체험이라 할까? 아주 적은 양의 음료는 잃어버린 오색약수 체험 코스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해발 920m 한계령 정상엔 그나마 단풍이 묽게 물들며 군데군데 가을 정취를 알리는 전령들을 볼 수 있었다. 새로 뚫린 고속도로를 통해 인천으로 오는 길엔 태양이 따라 오고 있었다. 저녁 7시경에 인천 도착을 했다. 계양구에 유명한 대관령황태 맛집이 있다고 해서 그곳을 찾아 저녁을 먹으며 노독을 달랬다. 이미 어둑어둑하며 하늘은 이불을 편다. 오늘 일출시간에 힘차게 하늘 창공을 차며 일어났던 태양은 하루 종일 나그네들의 얼굴에 환한 빛을 비춰주었다. 힘센 장수같이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은 12일 동안 가을 여행을 다녔던 나그네들에게 큰 위로와 행복한 쉼을 나누어 주었다